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뷰리플 손홍민~~


[풋볼리스트=서형욱] '손세이션(Sonsation)' 손흥민의 스물 한 번째 가을이 유난히 뜨겁다. 독일 함부르크의 주전 공격수 손흥민에게 올 가을은 유난히 분주한 계절이다. 많은 골을 터뜨리며 국내외 언론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이, 대표팀 출전을 위해 중동 나들이까지 다녀왔다. 여러 유럽 클럽들이 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뉴스에서부터 함부르크가 제시한 재계약 안과 이적 사이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는 추측성 분석 기사에 이르기까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은 이 앳된 청년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한국 선수에 관한 이적 뉴스를 접하는건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뭔가 다르다. 손흥민은 한국인의 몸과 기질, 독창적 훈련, 유럽의 환경이 결합된 독특한 성장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한국 축구의 신인류다.

시스템의 바깥에서, 시스템의 중심으로
손흥민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들과 여러 모로 구분되는 선수다. ‘벼락 스타’에 가까운 급작스런 등장, 국가대표 발탁 이후가 아닌 이전의 해외 진출, 현지 유스 클럽 출신의 유럽 리거. 대다수 선수들과 달리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학원 축구와 인연을 맺지 않았고, 뒤늦게 발들인 엘리트 학원 축구계에 그리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개인 교습을 받으며 축구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원주 육민관중학교 3학년 때 비로소 학교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엘리트 대회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나마 1년 여 뒤인 서울 동북고등학교 1학년 때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하게 되면서 연을 이어갈 수 없었다. 덕분에 한국 축구계에는 자신이 손흥민을 발굴했다거나 자신이 그의 멘토였다고 말하는 이가 거의 없다. 손흥민이 올림픽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는 오해가 여전히 마치 사실인양 인터넷을 떠도는 것도 어쩌면 그가 이렇듯 한국 축구계에서 조금은 유리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성장에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만한 인사가 (아버지 외에는) 없다는 사실은, 그를 때론 신비롭고 또 때론 아웃사이더로 보이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손흥민이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이처럼 모두에게 익숙한 코스를 따르지 않고 성장한 손흥민은, 다른 선후배 스타들이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겪어야 했던 언론의 집중 조명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17세 월드컵에서의 활약 이후 독일에 진출한 손흥민이 본격적으로 국내 언론의 눈길을 끌게된 것은 2010년 여름 프리시즌 첼시와의 경기에서 존 테리를 넘어 골을 터뜨리면서부터다. 이후 석달 뒤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손흥민은 1년 반의 성장통을 겪은 뒤 올 시즌 만개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손흥민의 성적표는 분데스리가 9경기 출전에 5골 기록이다. 중간 득점 순위 공동 6위지만, 5골 중 3골이 결승골이라는 점에서 순도가 높다. 올 시즌 팀이 거둔 4승 가운데 3승이 손흥민의 발끝에서 완성된 셈이다. 올 시즌 팀에 가세한 라파엘 판 더 바르트를 중심으로 새롭게 팀을 정비한 함부르크는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시즌 초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렸다.

'손세이션' 손흥민은 다르다
이 와중에 손흥민에게 많은 팀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손흥민 관련 기사에는 리버풀, 인터밀란 등 유럽 쟁쟁한 팀들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함부르크가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거액의 연봉을 제안하며 재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올 정도다. 손흥민이 이처럼 큰 관심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9월 22일에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4라운드 승부였다. 3라운드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당시 시즌 개막 후 3연패에 빠져 있던 팀에 2골을 선사하며 첫 승을 안겼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인 상대 도르트문트의 리그 무패 행진 기록을 격파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부신 성과였다. 도르트문트는 2주 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한 팀이다. 이러한 강호를 상대로 능력을 인정받은 손흥민의 가치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유럽 클럽들이 손흥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의 한국 선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선 그는 '성인'이 아닌 '유소년'으로 유럽에 진출한 케이스다.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 팀을 거쳐 성인 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닌 독일이 길러낸 선수(home-grown 혹은 club/association trained)로 분류된다. 이 경우, UEFA(유럽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는 실제 국적에 상관없이 (유럽 축구에서는) 외국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는 행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실제 축구적인 측면에서도 타대륙에서 온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분명한 어드밴티지가 된다.




이것은 손흥민이 이전의 한국(혹은 아시아) 스타들과 구분되는 스타일을 가진 공격수가 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스팀을 거치며 전문 공격수로 훈련받은 손흥민은 이전 세대 공격수들과 달리 문전을 향한 움직임에 거침이 없다.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대각선으로 문전을 침투하는 동선이나 슛팅 과정에 불필요한 머뭇거림이 없는 모습은 - 비록 성인 무대 진출 뒤 수비력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곤 하지만 - 공격수에 특화된 플레이 스타일과 전술적 움직임을 체화한 선수만이 보여주는 특성이라 할 것이다.

스무 살 손흥민이 뜨거운 이유
그는 아직 (서양 나이로) 스무 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세 시즌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미 13골을 터뜨렸고 경기당 득점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역대 아시아 선수들 가운데, 이른바 '유럽 빅4리그'로 불리는 지역의 1부 리그에서 이 나이에 이만한 경력을 쌓은 선수는 전무하다. 나아가, 이 나이에 이만한 득점을 기록한 공격수는 출신지를 불문하고도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동갑내기인 AC밀란의 엘 샤라위(1부리그 통산 9골, 올시즌 7골)의 몸값이 수 천 만 달러를 호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손흥민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는 것은 일부의 추측만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손흥민은 독일 명문 중 하나인 함부르크 소속 선수다.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긴 시간 권토중래를 꿈꾸는 함부르크는 최근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축구팬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빅 팀 중의 하나다. 최근 재정난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클럽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며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환경은 손흥민에게 행운이자 기회다. 혹자는 이제 고작 두 어 달 활약한 것을 두고 언론이 성급하게 과장 보도를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그리고 함부르크는 그렇게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아시아 무대, 혹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의 활약보다 훨씬 더 높은 값어치를 지닌다. 특히, 특급 미드필더인 라파엘 판 더 바르트(맨 윗 사진) 입단 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손흥민의 플레이는 상위 클럽들이 그의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기 시작한 요인이기도 하다. 손흥민의 이적설이 이전과 다른 이유이자, 실제로 올 시즌 뒤(빠르면 이번 겨울) 실질적인 오퍼가 오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손흥민의 커리어는 앞으로 정말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곳이 함부르크일지, 유럽 다른 어느 곳이 될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낳았으나 독일이 완성시킨 이 수줍은 공격수의 미래는, 그런 이유로 우리를 더욱 가슴 설레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앞으로 그곳이 계속 함부르크일지, 유럽 다른 어느 곳이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